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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명주야! 난 35세 때 WC 갔어”

2014-05-12 출처: 인터풋볼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그라운드에 나서야 했다. 동료들, 언론,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기대를 모았던 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 이것과 맞물린 K리그 대기록 달성여부. 프로 3년 차에 불과한 그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모든 눈은 이명주(24, 포항 스틸러스)에게 향했다. 이명주를 놓고 끝까지 고민했다는 홍명보 감독을 제외하고 말이다.

10일 이명주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홈경기에 당연히 선발로 나섰다. 우려와 달리 이명주는 초반부터 활발히 움직였다.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전반 26분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K리그 역대 최다인 10경기 연속 포인트로 대기록을 달성했다. 후반에 2도움을 추가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 후 동료들의 기마, 서포터스의 ‘국가대표 그 이상의 남자 no.29’ 플랜카드, 스틸야드를 메운 팬들의 환호에 대기록으로 보답했다. 이명주의 날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축구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을, 인생 최고의 경기였을지 모르겠다.

이명주의 이런 모습을 본 황선홍 감독은 만감이 교차했다. 어린 나이에도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한 제자가 대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 “수치상 1골 2도움이지만, 경기에 성실하게 잘 임해줬다”며 뿌듯해 하면서, 지난 8일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후 황 감독은 “별말을 안 했다. 당연히 기대했겠지만, 막상 결과가 나온 금세 받아들이더라. 사실, 속은 얼마나 쓰리겠나. 묵묵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황 감독은 이명주에게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이명주가 프로에 데뷔할 수 있었던 이유도 황 감독의 영향이 컸다. 황 감독이 지도자로서 첫 우승 트로피(FA컵)를 들어 올린 2012년 이명주는 신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포항이 더블을 달성할 때 이명주는 팀의 주축이었고, MVP후보까지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지도자 황선홍-K리그 최고의 선수 이명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지도자와 선수로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황 감독과 이명주는 동반자다.

 

 

그는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명주가 한 언론과 인터뷰 한 기사를 봤다. 그런 마음(스스로 받아들이고 노력하려는)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본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옆에서 조언해 줄 수 있어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지금 이 순간 힘들지언정 좌절할 필요는 없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월드컵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황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때부터 2002년까지 4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어릴 때부터 큰 관심을 받으면서, 동시에 수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스스로 채찍질하고 노력한 끝에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월드컵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때’와 ‘운’도 따라야 한다. 특히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는 것은 중요하고, ‘복‘이다. 황 감독은 거스 히딩크를 만나 말년에 꽃을 피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황 감독이 현재 이명주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4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이명주에게는 이 아픔이 더 좋은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른다.

황 감독은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서 뛴다는 것, 못 뛰어도 함께 한다는 자체가 큰 영광이다. 분명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예비 엔트리도 있다. 대표팀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훌륭한 선수의 잣대는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보여 주느냐다. 마음을 편히 먹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 황 감독은 애제자 이명주에게 “명주야! 나는 35세 때 월드컵에 나갔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이번이 아니더라도 항상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 난 널 믿는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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