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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 2패에 경험타령?’ 한국과 이탈리아의...

2014-07-01 출처: OSEN

 

1무2패의 씁쓸한 성적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처절한 자기반성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형국이다. 그 과정을 건너 뛴 미래에 대한 시선은 발걸음의 제자리만 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상황이야 다소 다르겠지만 이탈리아와 비교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축구 국가대표팀은 3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부진한 성적 탓인지 해단식은 짤막하게 진행됐다. 짧은 포토타임 후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대표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나 무거운 분위기 탓인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었다.

홍 감독은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부족해 성적을 내지 못했다”라며 책임론도 스스로 거론했다. 그러나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없었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의리 차출’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호언장담한 후 브라질로 떠났지만 돌아왔을 때는 그 어떤 변명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우리 선수들에게는 남는 것이 있는 대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의 ‘경험 과정’에 대한 시각은 전혀 후퇴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의 실패가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피곤해서 생각을 못 했다”라는 말로 거취에 대한 말을 아낀 홍 감독은 그렇게 대중 앞을 떠났다. 언제 다시 무대 앞으로 나올지는 미정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큰 대회 경험은 선수들, 그리고 팀의 성장에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될 소지는 있다. 우리 선수들의 베스트11, 즉 주축 중 적지 않은 선수들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참여해 16강을 맛봤다. 논란의 박주영을 비롯, 이청용, 기성용, 정성룡과 같은 선수들이 이에 해당한다. 더 큰 스테이지를 경험한 선수들이 ‘조별리그 탈락’을 통해 어떤 유의미한 경험을 쌓았다고는 볼 수 없다.

대회에 첫 출전한 대다수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기는 경험’은 분명 중요하다. 자신감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참패한 대회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경험을 찾기는 사실 쉽지 않다.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한다’라는 스포츠계 격언이 적용될 수 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실력차를 뼈저리게 확인했다는 것 이상은 없다. ‘1무2패’ 성적에서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이탈리아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탈리아도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들은 월드컵 통산 4회 우승국이자 유럽의 전통 강호다. 토너먼트 진출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충격은 우리보다 더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들은 스스로 뼈를 깎았다. 탈락이 확정되자마자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표를 던졌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지안카를로 아베테 이탈리아 축구협회 회장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프란델리를 설득해 달라”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였다.

파르마, AS로마, 피오렌티니와 같은 세리에A 클럽에서 1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한 프란델리 감독은 지난 2010년 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유로2012에서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전술적 움직임’에 몰입한다는 비판 때문에 호불호는 갈렸으나 역량과 경험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프란델리 감독은 “이기기 위해 많은 전술을 준비했으나 잘 먹히지 않았다”라면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라고 했다.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엄청난 충격을 맛본 축구협회에서도 2007년부터 수장으로 일했던 지안카를로 아베테 회장이 물러났다. 아베테 회장은 이미 이번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기탈락으로 그 발표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다. 그가 말한 사퇴의 변은 “이탈리아 축구는 새로운 생각을 할 때가 필요하다”였다. 세리에A와 대표팀의 동반 침체를 바라본 아베테는 자신이 더 이상 이탈리아 축구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부임 기간 중 몇 차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지나친 편들기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아베테의 ‘결자해지’였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날 주장 지안루이지 부폰도 미래보다는 지금에 주목했다. 모두가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의 ‘핵이빨’을 성토하고 있을 때 부폰은 “쓰라린 패배다. 이탈리아 축구는 지금부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니다. 이는 모두의 잘못이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2006년 월드컵 우승 주역 중 하나였던 이 역전의 노장은 막연한 미래보다 그 과정이 될 지금이 더 중요하다는 일갈을 남긴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처럼 홍 감독이나 축구협회 임원들이 무조건 사퇴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퇴도 책임을 지는 방법이지만 변화와 쇄신을 통해 대표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면 그 또한 책임을 지는 한 방법이다. 다만 과연 한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막연히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으니 다음 대회 때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경험 타령을 하고 있다면 곤란하다. 우리만큼 월드컵 경험을 많이 한 나라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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