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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는 세월의 무게에 눌렸을 뿐

2014-06-24 출처: 베스트 일레븐

스페인이 1승 2패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마감했다. 축구 전술의 위대한 진보를 이룬 ‘티키타카 스페인‘은 화려한 피날레가 아닌 승점 3점에 만족하는 소박한 엔딩 신으로 막을 내렸다.

혹자는 티키타카가 완벽하게 파훼당했다고 말한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두 독일 팀이 2012-2013시즌 게겐 프레싱(역압박)을 선보이며 ‘티키타카 장인‘ 바르셀로나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 전조였고, 이번 대회에서 그런 흐름이 이어졌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세월의 흐름이다. 스페인은 2010 월드컵을 우승하고 이번 대회에서 2연패에 도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황금시대의 시작이 2008년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작점을 2008년으로 생각하느냐 2010년으로 생각하느냐는 평범한 축구 이야기에선 작은 착각이다. 그러나 한 세대의 수명을 논할 때 2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로 계산하면 스페인은 6년간 같은 세대가 줄기를 이뤄 왔다. 그런데 그간 세계 축구사를 모두 뒤져도 한 세대가 6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사례는 없었다. 브라질은 펠레·가린샤·지투·니우통 산투스·지우마르 등으로 이뤄진 황금 세대와 함께 1958·1962 월드컵을 연패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 참가했다. 그러나 펠레를 제외하곤 모두 은퇴가 임박한 나이였고 끝내 조별 라운드 탈락을 맞봤다. 970 멕시코 월드컵은 완전히 다른 세대가 이룬 우승이었다.

아르헨티나의 1978·1986 월드컵 징검다리 우승 역시 비슷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열린 1978 대회 우승 세대가 주축이 돼 참가한 1982 스페인 대회에서 2차 조별 라운드 최하위에 그쳤고, 세대교체를 단행해 새 팀으로 일신한 뒤에야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심지어 월드컵 최초 2연패 팀인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린 1934 대회와 1938 프랑스 대회 모두 주축으로 활약한 선수가 주세페 메아차와 조반니 페라리 두 명이었다.

1982 대회 우승, 1986 멕시코 대회 준우승, 1990 이탈리아 대회 우승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서독(당시)은 세 번의 연속된 월드컵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했지만 1990 대회 우승은 이전 팀과 전혀 다른 멤버로 구성돼 있었다. 서독과 동독 통일 이후까지 포함하면 독일은 유로 1992 준우승을 거쳐 유로 1996 우승을 달성해 역대 가장 긴 황금기를 누린 팀이라 할 수 있는데, 1990 월드컵 결승전과 유로 1996 결승전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위르겐 클린스만 딱 한 명뿐이었다. 즉 두 번의 성공적 세대교체가 있었던 덕분에 10년이 넘는 긴 황금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유로 2008 주축 멤버 상당수가 여전히 팀의 주요 선수로 활약 중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선발한 23인 중 절반이 넘는 12인이 유로 2008에도 출전한 선수들이다.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 라인업에는 유로 2008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이 다섯 명(카시야스·라모스·이니에스타·사비·실바)이 포함돼 있었다. 교체 투입된 토레스와 파브레가스도 유로 2008 결승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다. 특히 티키타카의 핵심이었던 사비는 어느덧 34세가 되어 은퇴를 바라보고 있고, 이니에스타 역시 30줄에 접어들었다. 철벽이었던 카시야스는 정점을 찍고 급격히 내려오는 중이다. 예전 같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스페인이 큰 변화 없는 전술로 계속 팀을 운영해 온 점은 사실이나 파훼당해 무너진 게 아니다. 티키타카를 완벽하게 수행했던 선수들이 세월의 무게에 눌렸고, 그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티키타카가 되며 허점을 드러냈을 뿐이다. 20대 중반의 사비와 이니에스타처럼 움직이고 패스하는 선수, 20대 중반의 비야와 토레스처럼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 전성기 카시야스처럼 철통 같은 방어와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선수 등이 한데 모인다면 티키타카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메이저 대회 3연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들은 위대한 팀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마지막을 맞이한 ‘골든 팀‘ 스페인은 이제 새로운 선수들로 구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완벽한 전술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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