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가 노련한 플레이메이킹을 선보이며 팀의 2-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연신 피를로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꺼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EURO 2012 8강전 당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에게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하긴 했으나 경기 내용적인 면에선 말 그대로 농락 당했다는 표현이 무방할 정도로 철저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피를로의 플레이메이킹에 기인했기 때문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은퇴한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패디파워‘에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피를로를 막지 못한다면 그는 잉글랜드를 파괴할 것이다. 잉글랜드에는 박지성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즉 피를로를 전담 마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다른 맨유 베테랑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 역시 ‘데일리 메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피를로를 막아야 한다. 맨유는 과거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을 이용해 피를로를 꽁꽁 묶었다. 당시 피를로는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 외 많은 잉글랜드 축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피를로 봉쇄해야 잉글랜드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잉글랜드는 피를로 봉쇄에 실패했다. 이것이 바로 잉글랜드가 좋은 경기를 하고도 이탈리아에게 1-2로 패한 이유이다.

잉글랜드는 이번 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라힘 스털링과 다니엘 스터리지, 그리고 대니 웰벡과 같은 젊은 공격수들이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혀 나갔다. 에이스 웨인 루니도 능수능란한 플레이를 통해 영건 공격 삼총사를 도와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잉글랜드의 거센 도전에도 노련하게 대처해 나갔다. 그 중심에는 바로 피를로가 있었다. 피를로는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의 전형을 보여주듯 적재적소에 패스를 공급해주며 공격의 활로를 열어나갔다.

비단 패스가 전부가 아니었다. 잉글랜드 젊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압박해 나가자 그는 영리하게 이를 역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마침내 골로 연결됐다. 35분경 코너킥 장면에서 피를로가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살짝 흘려 잉글랜드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았고, 이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열린 공간 사이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연결하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듯싶었다.

2분 뒤 실점을 허용하자 피를로는 전반 추가 시간에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통해 발로텔리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었으나 발로텔리의 조 하트 골키퍼의 키를 넘긴 감각적인 로빙 슈팅은 아쉽게 뒤에서 커버를 들어온 필 자기엘카 수비수의 헤딩에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저지됐다. 또 다시 피를로는 안토니오 칸드레바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었으나 칸드레바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50분경 발로텔리의 헤딩골로 앞서 나가자 피를로는 템포를 끌었다 당겼다하며 초조해진 잉글랜드를 괴롭혀 나갔다. 경기 종료 직전 피를로는 먼 거리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대를 강타하며 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하던 잉글랜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 경기에서 피를로는 패스 성공률 95%를 기록했고, 볼 터치도 117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템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서 축구 도사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비록 단 하나의 득점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으나 잉글랜드전 수훈 선수는 단연 피를로였다. 그는 단순한 득점 포인트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 ‘골닷컴 소니 앰배서더‘이자 前 이탈리아 대표팀 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피를로에 대해 평한 걸 남기도록 하겠다.

"제라드는 위대하고 피를로는 천재이다. 다만 내 생각에 피를로가 제라드보다 더 뛰어난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