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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7등도 나가는 대회, 월드컵의 가치는?

2017-01-11 출처: 베스트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월드컵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전 세계 축구 국가대표팀 중 최고봉을 가리는 대회라는 점에 있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올라와선 안 되며, 각 대륙별로 최강자가 모여 왕중왕을 가려야 한다. 때문에 월드컵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말이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그 월드컵의 가치가 2026년부터 변질되는 게 아닐까 싶다.

FIFA(국제축구연맹)은 10일 밤(한국 시각)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평의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2026 FIFA 월드컵부터 48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확대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FIFA는 2026 월드컵에서 48개 팀을 3개 팀씩 16개 조로 나눠 각 조 2위를 32강에 진출시킨 후, 32강부터는 녹아웃 토너먼트로 대회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본선 참가팀 확대 개편은 인판티노 회장의 취임 공약 사항 중 하나였고,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각 국 혹은 각 대륙별로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월드컵 본선으로 통하는 문이 과거에 비해 열두 개나 늘어난 만큼 대체적으로 반기는 편이며,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권 대륙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FIFA는 바로 이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의 것이 아니며, 대회를 거듭할수록 부쩍 오르는 상업적 가치를 FIFA의 모든 회원국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게 바로 인판티노 회장이 내세우는 명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이 과연 FIFA와 세계 축구 발전에 얼마나 이득일지는 의문이다. 일단 과거 FIFA가 단행했던 월드컵 본선 참가 팀 확대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FIFA는 현대적 대회 포맷이 갖춰진 후 두 차례 큰 폭의 본선 참가팀 확대를 단행한 바 있다. 1982 스페인 월드컵과 1998 프랑스 월드컵이다. 스페인 월드컵은 16개 팀에서 24개 팀으로, 프랑스 월드컵은 24개 팀에서 32개 팀 체제로 치러진 바 있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큰 반발을 부른 바 있다. 하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16개 팀 본선 체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문제점이 많았다. 유럽과 남미가 본선 티켓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심지어 1966 잉글랜드 월드컵은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 3개 대륙이 한 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다투는 사례도 있었으며,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은 명백히 제3세계권을 차별한다며 단체로 보이코트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럽과 남미의 기득권 지키기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이들의 반발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때문에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안은 인정받을 수 있었고, 여기에 상업적 이익이 따라붙으면서 월드컵은 지금처럼 세계인이 주목하는 대회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의 잣대가 다르긴 하겠으나, 현행 32개 팀 체제는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각 대륙에 최대한 폭넓게 기회를 준 대회 형식이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대회가 됨으로써 상업적 수익을 최대한 올릴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각 대륙에서 본선만큼이나 힘든 예선이 진행되면서 결코 아무 팀이나 나갈 수 없는 대회라는 권위를 세우게 됐다.

그러나 48개 팀 체제는 철저히 상업적·정치적 기준에서만 이뤄진 개편안이다. 2026 월드컵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비해 상업적으로 최대 7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이익금을 통해 전 세계 축구가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긴 하나, 애당초 월드컵이 돈을 벌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FIFA가 본질을 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FIFA는 현행 32개 팀 체제를 통해서도 전 세계 축구 발전에 충분할 만치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는 인판티노 회장이 블라터 회장과 차별화를 두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자신의 세 규합에 있어서는 블라터 회장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문제다. FIFA는 실무적 안건은 FIFA평의회에서 다루지만, 큰 틀에서의 정책은 각 회원국이 한 표씩 행사하는 FIFA 총회에서 정하고 있다. 독일이든 세인트 빈센트 그라나다든 똑같이 의결함에 있어서 한 표씩 행사한다. 블라터 회장은 이점을 파고들어 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 카리브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유럽과 남미를 버리더라도, 나머지 대륙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면 회원국수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정치적 판단은 옳았다. 블라터 회장이 각종 추문에 휩싸여 불명예스러운 행보를 보일 때도, 블라터 회장을 결사적으로 옹호했던 세력은 바로 이들 제3세계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세계 축구계에 동력을 불어넣는 유럽과는 완전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인판티노 회장과 그의 집행부는 이런 대륙간 이견 차를 최대한 좁혀 최적의 결단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필요했다. 하지만 블라터 전 회장의 정치적 술수와 다를 바 없는 판단을 내렸다. 도리어 문호를 열어주었으니 블라터 회장보다 더욱 절대적 지지를 보낼 게 자명하며, 유럽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강한 반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FIFA가 월드컵의 문호를 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각 대륙을 향한 대우를 공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차별이 역전된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더욱 걱정스런 대목은 48개 팀이 참여하는 월드컵이 과연 월드컵다운 대회로 치러질 수 있느냐 여부다. 월드컵이 32개 팀까지 출전권을 확대하면서도 월드컵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각 대륙별로 진정한 최강자가 나왔다는 데 있다. 브라질 월드컵 취재 당시의 기억을 더듬자면, 당시 아시아 국가들이 하나같이 본선에서 실패했을 때 전 세계, 특히 유럽 미디어들은 과연 4.5장이 주어지는 현행 티켓 배분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48개 팀으로 확충될 경우 유럽과 더불어 상업적 가치가 가장 큰 아시아에는 최소 두 장 이상의 티켓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아시아에 4.5장에서 6.5장 혹은 7장의 본선 티켓이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12개 팀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기준으로 삼을 때, 단순 계산으로 가늠해도 이중 절반 이상이 본선에 오르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보다 많은 팀이 참여하는 기준이라면 48개 팀 체제는 ‘월드’컵일 수 있다. 하지만 대륙간 수준 차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을 추리자는 ‘월드’의 개념에서 바라볼 때 질적 측면에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3개 팀씩 조별리그로 묶여 두 경기씩 치른 후, 32강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월드컵 본선인데, 자칫하면 조별리그는 본선 속 예선으로, 32강 녹아웃 토너먼트가 진정한 본선이라는 새로운 평가 잣대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팀 확대의 의미가 퇴색되게 된다. 물론 전망인 만큼 실제 적용시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긍정적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나 가기 힘든 무대, 그래서 누구나 꿈꾸며 전 세계 모든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무대였던 월드컵의 가치가 떨어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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