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러시아 월드컵 한국의 3rd 골키퍼, ‘유망주’ 송범근은 어떨까
2018-05-07 출처: 헤럴드경제
러시아로 갈 한국의 세 번째 골키퍼로 송범근(21 전북현대)을 발탁하는 건 어떨까.
월드컵 참가국이 본선 최종 명단에 등록할 수 있는 선수는 총 23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참가국은 포지션별 2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골키퍼 3명을 선발해 최종 23인 엔트리를 완성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유일하게 골키퍼 포지션에 대해서만 반드시 3명을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월드컵 동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모두 다른 골키퍼 조합을 꾸렸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운재-김용대-김영광이 발탁됐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정성룡-이운재-김영광이 선발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정성룡-김승규-이범영이 이름을 올렸다.
늘 3명의 골키퍼가 선발되지만, 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를 얻는 선수는 대개 많아야 두 명이다. 골키퍼 포지션이 쉽게 교체할 수 없는 자리인 데다가, 부상도 잦지 않기 때문에 보통 한 명의 주전 골키퍼가 꾸준히 경기에 나선다. 실제로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운재가 3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정성룡이 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정성룡이 2경기, 김승규가 1경기를 소화했다.
결국 월드컵에서 팀의 세 번째 골키퍼는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 출전보다는 주전 골키퍼를 뒷받침하는 팀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이 더 중점적이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팀의 세 번째 골키퍼로 베테랑 골키퍼를 발탁해 주전 골키퍼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부여하거나, 어리고 유망한 골키퍼를 선발해 미래를 준비한다.
월드컵 본선 명단 발표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러시아로 갈 한국의 골키퍼 3인방은 김승규-조현우-김진현 조합이 유력하다. 지난 유럽 원정 평가전을 통해 김승규(28 빗셀고베)가 주전 골키퍼로, 조현우(27 대구FC)가 김승규의 대체 자원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김진현(31 세레소오사카)이 이들을 뒷받침하는 세 번째 골키퍼로 선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세 번째 골키퍼로 김진현을 발탁하는 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김진현은 김승규와 조현우보다 나이는 많지만, A매치 출전 횟수는 김승규보다 적다. 지금까지 A매치 29경기에 출전한 김승규와 달리 김진현은 14경기에 출전했다. 프로 데뷔 역시 김승규보다 1년 앞섰을 뿐이다. 따라서 2010년 남아공에서 이운재가 정성룡의 멘토 역할을 했던 것처럼, 올해 러시아에서 김진현이 김승규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를 꺼낼 필요가 있다. 베테랑 골키퍼가 아니라면, 어리고 유망한 골키퍼의 발탁을 고민할 때다. 잠재력 있는 골키퍼에게 일찍부터 큰 대회를 경험하게 해주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 후보로는 최근 K리그1(클래식)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송범근이 있다.
올해 전북에 입단한 송범근은 ‘신인의 무덤’이라 불리는 전북에서 데뷔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전북의 골문을 지켰던 홍정남(30)의 부진을 틈타 주전 골키퍼로 등극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59)은 송범근에 대해 “어리지만 안정적이다”고 평가하며 믿음을 보내고 있다.
송범근은 K리그1 개막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리그 11경기에 출전했다. 2라운드 인천전(황병근 출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전북의 골문을 지켰다. 전북은 12라운드까지 단 5골만을 실점했는데, 송범근이 출전한 11경기에서 실점은 단 2골뿐이었다. 김민재(22)를 필두로 한 수비진의 활약도 컸지만, 송범근 역시 안정적인 세이브 능력을 뽐내며 전북의 무실점 행진에 크게 기여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송범근은 전북의 골문을 지켰다. 2라운드 킷치 전부터 골키퍼 장갑을 착용해 5경기 동안 7골을 실점했다. 리그 성적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었지만, 초반 부진 이후 5, 6라운드에서는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전북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송범근의 최근 기량은 김진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김진현은 이번 시즌 J리그 13경기에 모두 출전해 14골을 실점했다. ACL에서는 조별리그 4경기에 출전해 3골을 실점했다. 17경기 동안 17골을 내주며 경기당 1골을 실점했다. 반면 송범근은 K리그와 ACL을 합쳐 16경기 동안 9골을 실점했다. 경기당 실점률은 0.56골에 그쳤다. 전북과 세레소오사카의 전력 차이로 인해 완전한 비교는 불가하지만, 송범근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송범근은 한국 축구에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골키퍼다. 2017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K리그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2018년 최고의 루키로 떠올랐다. 또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향후 수년간 대표팀의 골문을 지킬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전하지는 않더라도, 송범근에게 월드컵 경험을 미리 심어주는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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