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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한국, 수아레즈의 유럽

2013-12-19 출처: 두서있는축구

2013년도 어느덧 막바지다. 월드컵의 해를 눈 앞에 둔 지난 1년의 축구계는 유난히 뜨겁고 또 떠들썩했다. ‘두서있는 축구‘에서는 지난 한 해 국내외 축구계를 달궜던 여러 이슈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다. <편집자 주>

2013년의 세계 축구를 돌아보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많다. 아마도 사람마다 가기 다른 얼굴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얼굴들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실력이면 실력, 논란이면 논란, 그 누구도 이들만큼 유별난 한 해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Ki, ‘한국의 베컴‘에서 ‘SNS 논란‘ 거쳐 ‘첼시 침몰골‘까지



아마도 기성용과 그의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부남 대열에 합류한 그는, SNS에 남긴 글 몇 줄로 곤경에 처하나 싶더니 이내 다시 한국 축구의 대표 스타다운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EPL의 강호 첼시를 상대로 극적인 연장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소속팀 선덜랜드에 승리를 안겼다. 2013년 기성용의 인생 그래프를 감정 곡선에 따라 그려보자면, 아마도 정상에서 밑바닥을 두루 오가는 드라마틱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2013년은 기성용에게 유난히 이벤트가 많은 한 해였다.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고 EPL에 입성한 2012년도 바쁜 1년이었지만, 2013년엔 그보다 더 많은 관심과 구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그의 2013년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하루가 포함되어 있다. 뭇남성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여배우 한혜진씨와 결혼한 7월 1일이 바로 그 날이다. ‘미남 축구선수 + 미녀 연예인‘ 커플의 상징격인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 커플을 연상케하는 두 사람의 혼례는 축구계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기성용의 신혼 단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한 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과거 SNS에 ‘친구 공개‘로 남긴 글이 컬럼니스트 김현회의 컬럼을 계기로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적은 글의 내용은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최강희(현 전북 현대) 감독을 향한 비난과 불평으로 가득했다. 페이스북에 게재된 이 글은 사실 공개되기 몇 달 전에 작성된 것이었지만, 뒤늦게 공개되면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감독-선수 관계를 스승-제자로 이해하는 한국 문화에서 감독에 대한 선수의 거친 언사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때마침 기성용이 그간 트위터에 암시적으로 남긴 글들 역시 대중에게 이와 연관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기성용은 전국적인 비난을 받기에 이른다. 파장이 워낙 컸던지라 대한축구협회까지 이 일을 수습하려 나섰고 기성용을 모델로 제품 홍보 이벤트를 준비하던 한 기업체에서는 이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홍명보 감독의 부임과 기성용의 공개 사과, 최강희 감독의 사과 수용으로 사태는 일단락이 되었고, 당분간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던 대표팀에도 다시 뛰게 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이들은 기성용의 당시 행위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기성용의 이번 SNS 사태는 선수 본인은 물론 그와 관련된 기관, 또 언론과 팬들에게 SNS에 게재된 정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SNS를 온전한 사적 영역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전개되었던 것도 분명 의미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기성용 본인에게는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준 사건이기도 했다. 한편, 기성용은 올해 8월 EPL의 스완지 시티에서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이 확정돼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기성용을 선덜랜드로 데려왔던 디 카니오 감독이 경질되며 입지에 위협을 받았던 기성용은, 그러나 후임 포옛 감독의 신임을 금세 얻어내며 팀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12월 18일 새벽(한국 시간)에 열린 첼시와의 리그컵 8강전에서는 1-1 동점 상황이던 연장 후반 12분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4강에 진출시켰다.

Suarez, ‘천재 혹은 괴짜‘ 사이코에서 득점 기계까지

올 한 해 유럽 축구에서 가장 기괴한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리버풀의 ‘수지‘가 아닐까. 축구팬이라면 ‘기괴‘와 한 문장에 속한 ‘수지‘에서 한국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국민 첫 사랑‘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적어도 유럽 축구팬들에게 ‘수지‘는 리버풀과 우루과이 대표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의 별명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 별명의 주인은 2013년 유럽 축구계에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을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수아레즈의 2013년은 아마도 ‘핵 이빨‘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4월, 첼시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수비수와 자리 다툼을 벌이던 수아레즈는, 자신을 수비하던 첼시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팔뚝을 깨물었다. 당시 주심은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수아레즈는 이 경기에서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또렷이 잡힌 수아레즈의 이상행동은 경기 후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EPL 징계 권한을 가진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그에게 10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린다. 안그래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고의 핸들링, 2012년 맨유 에브라와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 그리고 그 밖의 여러 해프닝으로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수아레즈는 이 사건을 통해 대중적으로 ‘괴짜‘를 넘어 ‘사이코‘의 이미지를 갖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많은 이야기거리를 양산했다. 특히, 과거 복싱 세계 챔피언이던 마이크 타이슨이 수아레즈의 트위터를 팔로우한 것은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타이슨은 선수 시절 상대 선수의 귀를 물어 뜯은 적이 있다. 또한, 당시 이 경기를 생중계했던 SBS-ESPN의 중계진 박문성-이재형이 이 장면을 중계하며 웃음을 참지 못해 국내외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건 당시 영국 내 여론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의 소속팀 리버풀은 수아레즈의 10경기 중징계에 항소를 하지 않았고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리버풀이 수아레즈를 다른 나라 팀으로 이적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은 수아레즈를 팀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2013년의 리버풀을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팀으로 변모시키기에 이른다.



긴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수아레즈를 앞세운 리버풀은, 이 시각 현재 EPL 2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 다음으로 많은 골을 퍼부으며 우승권을 순항 중인 리버풀의 이러한 성적은, 그들이 EPL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성과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는 바로 수아레즈가 있다.

2013/14 시즌 상반기 수아레즈의 성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리그에서 고작 11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지만 무려 17골을 터뜨리는 중이다. 2위 세르히오 아게로가 15경기에 나서 13골을 넣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 불가의 성과다. 게다가 수아레즈는 도움도 4개나 기록하는 등 리버풀 공격의 모든 것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올해로 만 26세인 수아레즈의 2013년은 그렇게 남다른 곡선으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세라면, ‘감히‘ 메시-호날두와 경쟁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평판이 바닥까지 추락하며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는 듯 했던 수아레즈 역시, 앞서 언급한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2013년의 롤러코스터를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들이 먼 훗날 2013년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도록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 밝은 날만 기다리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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