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 편성이 끝난 직후,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회장은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취했다. 이는 즉사를 의미하는데,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 자신감을 실어줄 행동은 아니었다. 잉글랜드는 벨기에나 스위스 대신 훨씬 까다로운 상대인 우루과이를, 보스니아 대신에 이탈리아를 만났다. 그나마 코스타리카를 만난 것이 다행이었다.

언론들은 벌써 잉글랜드의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다. 잉글랜드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 두 명과 문제를 일으켜왔고, 이제 그들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탈락시키길 바라 마지않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많은 고난이 잉글랜드를 기다리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 둘은 바로 마리오 발로텔리와 루이스 수아레스다. 이 둘은 매우 강한 팀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리버풀의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한 말은 필자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그는 "수아레스가 월드컵 조 편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월드컵이 다가오면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질 것이다. 좋은 조 편성"이라고 말했다.

수아레스가 왜 웃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잉글랜드를 월드컵에서 탈락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와 발로텔리는 훌륭한 기량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탈락을 열망하고 있다. 이 둘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언론들은 수많은 기사를 통해 이들을 악당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수아레스와 발로텔리는 잉글랜드의 꿈을 망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수아레스는 올여름에 리버풀을 떠나 다른 리그로 가고 싶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잉글랜드 언론이 자신을 싫어하고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 UEFA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팀에서 뛰고 싶어하던 수아레스의 변명이었다.

그렇지만 수아레스가 잉글랜드 언론을 용서한 것은 아니다. 파트리스 에브라와의 인종차별 사건에서 여덟 경기 출전 징계를 받을 때도 언론이 거들었다. ‘데일리 미러‘는 이번 월드컵 조 편성 이후 ‘덤벼라 악동들아‘라는 제목과 함께 수아레스가 사람들을 깨물고 발로텔리가 불을 지를 수 있다고 농담했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점은 잉글랜드가 수아레스의 실력을 완벽히 파악하고 경기에 임하리라는 사실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들은 수아레스와 발로텔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선수를 잘 아는 것과 그 선수를 막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수아레스는 노리치와의 홈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네 골을 터트렸지만, 헐시티는 그를 막는 데 성공했다. 호지슨 감독과 코치들은 앞으로 6개월간 헐시티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수아레스를 어떻게 막았는지 연구할 것이다. 비록 우루과이와 이탈리아가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와는 많이 다른 팀이지만, 호지슨 감독이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며 수아레스와 발로텔리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논의할 수 있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발로텔리도 잉글랜드를 탈락시킬 기회가 생긴 것을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재능이 넘치는 선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그리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적응에 실패한 발로텔리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사이도 틀어진 끝에 AC 밀란으로 이적했다.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발로텔리는 잉글랜드 생활의 장단점에 대해 "좋았던 건 훈련장에 있을 때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좋지 않았다. 언론, 날씨, 음식, 운전하는 방식까지 전부"라고 밝혔다.

발로텔리가 언론을 괜히 언급한 게 아니다. 잉글랜드 언론은 특히 논란을 일으키는 선수에게는 악의적이고, 공격적이며, 무례하기까지 하다. 발로텔리는 경기장 안에서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는 선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언론의 완벽한 취잿거리가 됐다.

잉글랜드는 상당한 긴장감을 안고 월드컵에 임하게 됐고, 언론들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두 선수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게끔 만든 것은 언론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잉글랜드 언론은 수아레스와 발로텔리에 관해 많은 기사를 써왔다. 어쩌면 내년 여름에는 이들에 관한 기사를 쓰기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