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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위'벨기에 다음은'유망주 풍년' 한국축구

2013-10-29 출처: 일간스포츠

한국 축구계가 ‘유망주 풍년‘에 활짝 웃고 있다. 뚝 떨어진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벨기에처럼 유망주 풍년이 A대표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것이 현장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벨기에는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2007년 한때 벨기에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71위까지 떨어졌다. 이에 벨기에 축구협회는 이웃나라 네덜란드의 모델을 보고 배워 10년 동안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어린 선수들에 집중 투자해 마루앙 펠라이니(26·맨유)와 에당 아자르(23·첼시), 로멜루 루카쿠(20·에버턴), 크리스티안 벤테케(23·애스턴 빌라) 등을 키웠다. 유망주의 성장은 대표팀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됐다.

벨기에는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발표된 FIFA 랭킹에서도 5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해 FIFA 랭킹 상위 7개 팀에게 주어지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편성 톱시드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 축구인은 "한국도 벨기에처럼 2002년부터 10년 넘게 유소년에 투자했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유망주도 다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한국도 벨기에처럼 A대표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축구, 유소년 10년 프로젝트의 결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본격적으로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2000년 전임 지도자 제도를 바탕으로 유망주를 육성, 발굴해 유학까지 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리그 구단도 의무적으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갖추게 했다. 한국 유망주들은 양도 많고 수준도 뛰어나다.

해외 유학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는 92년생 손흥민(레버쿠젠)이다. 동북고 시절 독일 유학을 떠난 그는 현재 분데스리가가의 명문 레버쿠젠의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학원축구 시스템도 건재하다. 93년생 류승우(중앙대)는 독일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을 받았다. 류승우가 K리그 행을 원해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명문 구단도 한국선수의 재능과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성장 중인 유망주들은 더 희망적이다. 95년생 미드필더 김영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알메리아의 1군에 등록돼 있다. 청소년 대표 공격수 서명원(신평고)은 풀럼(잉글랜드)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 고교 감독은 서명원을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 공격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들 바로 아래에는 바르셀로나 유스 3총사 백승호(16), 이승우, 장결희(이상 15세)가 버티고 있다. 15세 팀에서 이승우와 장결희를 직접 지도한 정정용 15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이승우는 천재에 가까운 선수다. 득점을 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며 "팀에만 잘 녹아든다면 대형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외에도 울산 현대 유스의 이형경은 벌써 키가 193㎝로 제2의 김신욱(26·울산)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생 이강인 역시 발렌시아 구단이 가장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해, 현재는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의 영입제안도 받았다.





◇A대표팀 경기력으로 이어지려면...

자원은 넘친다. 그러나 이들의 기량이 대표팀 경기력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현장에서 말하는 문제점은 또렷하다. 주목 받는 유망주 대부분이 공격자원이다. 현재 대표팀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헝다·이상 24세)도 어린 나이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줄 수비수가 부족하다. 유소년 중에는 수비수를 지원하는 학생이 적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최진철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는 "현장에서 보면 전문 수비를 지원하는 유소년이 거의 없다"며 "어릴 때부터 전문 수비수를 육성해야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승리에만 집착하는 학원축구의 구조적 문제다. 이기는데 혈안이 돼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보다 이기는 기술만 알려준다는 지적이다. 한 전임 지도자는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의 재미를 알려줘야 하는데 이기기 위한 축구만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학원축구에서 골키퍼들은 골킥을 다 길게 차낸다"며 "짧게 연결하다 실수하면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는 짧은 패스를 통해 공 소유시간을 늘리는 것이 추세인데 학원축구는 이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13년 동안 협회 전임지도자로 산전수전을 겪은 이광종 전 U-20대표팀 감독은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스템 적으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좋은 재능도 많이 나왔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의 유소년 시스템을 배워가고 있다"면서도 "우리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벨기에는 유럽이라 유소년들이 경쟁력을 쌓는데 유리했다. 우리도 (세계 수준에) 근접했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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