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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11명 전원 일사불란 수비" 이영표 "스웨덴전 선제 실점은 곧 패배"

2018-05-11 출처: 한국일보



러시아월드컵 남은 30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두 ‘레전드’의 가상 대담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월 15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꿈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 한국은 세계 1위 독일을 비롯해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23위), 월드컵 단골손님 멕시코(15위)와 F조에 속해 있어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신 감독이 오는 14일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를 앞둔 가운데, 안정환(42) MBC,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에게 한국 축구의 16강 가능성과 대회 전망을 들어봤다. 공격수 출신 안정환 위원은 과거 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려 박지성(37)과 함께 이 부문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레전드’다. 대표팀 부동의 왼쪽 수비수였던 이영표 위원 역시 홍명보(49ㆍ1,409분)와 박지성(1,268분)에 이어 월드컵 최다 출전 시간(1,113분) 3위를 자랑한다. 공통질문을 준비해 두 위원과 각각 통화한 뒤 인터뷰 내용을 가상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월드컵 개막이 30여 일 남았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몇 %로 예상하나.

안정환(안) : 60~65% 정도? 절반보다 조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영표(이) : 수학적으로는 50%(4팀 중 1,2위 진출)지만 냉정하게 16강 가능성은 독일이 90%, 스웨덴 45%, 멕시코 40%, 대한민국 25% 정도로 본다. (좀 야박한 것 같은데?) 그런가? 물론 나도 객관적인 걸 떠나 마음만은 우리가 100% 16강에 진출할 거라 믿고 있다.(웃음)

-남은 30일 동안 16강 진출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체력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 전술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짧은 시간 안에 향상이 가능하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향상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짧은 시간 안에 떨어질 수 있는 것도 체력이다. 우리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앞설 수 없지만 나머지 체력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은 경기가 가능하다. 물론 독일이나 스웨덴, 멕시코도 체력, 정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기 때문에 걱정스럽다. 그렇더라도 한국 축구는 과거 중요한 순간에 응집하는 폭발력이 있었기에 기대를 해본다.

안 : 이제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선수들 간 신뢰다. 한 달 동안 실력이 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조금 더 많이 뛸 수는 있다.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한 방 터뜨려 주는 선수가 아주 가끔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런 희박한 확률에 기댈 수는 없지 않나. 물론 그런 선수 중 한 명이 대한민국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팬들은 승패를 떠나 악착같이 뛰는 모습을 기대한다.

안 : 2002 한일월드컵 16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는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우리는 ‘져도 본전이니 물어뜯어나 보자’란 생각으로 임했다. 이를 악물고 뛰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2002년에는 어찌나 훈련이 혹독했던지 구토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 : 흔히 체력과 기술을 분리해서 보지만 사실은 체력이 곧 기술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이 안 나온다. 우리가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체력이다. 월드컵 직전 튀니지(0-1 패)와 가나(0-4 패) 평가전에서 체력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안 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지는 걸 우리는 목격했다. 반대로 16강에 오른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체계적으로 준비를 했고 효과를 봤다. 우리는 2010년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성과를 내고도 2014년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실패했다. 이거는 뭔가. 과거를 기록하지도 않고 과거에서 배우지도 않았다 증거다.

-스웨덴과 1차전에 한국대표팀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 한국은 2002년 폴란드(2-0), 2006년 토고(2-1), 2010년 그리스(2-0)까지 1차전을 모두 이겼고 2014년에 러시아(1-1)와 비겼다. 최근 4번의 월드컵 첫 경기 전적이 3승1무라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다. 첫 경기에서는 우리 뿐 아니라 상대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과거 전적을 떠올려보면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스웨덴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수비에 중심을 뒀다가 역습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팀에 선제 실점을 당하는 건 패배나 다름없다. 특히 지난 번(3월 24일) 북아일랜드전 때 우리는 경기를 지배하면서 역습에 실점해 역전패(1-2)를 당한 기억이 있다. 북아일랜드의 이런 플레이스타일이 스웨덴과 비슷하다. 하지만 스웨덴은 북아일랜드보다 훨씬 더 수비적으로, 공격적으로 완성된 팀이다. 이런 스웨덴을 맞이해 우리가 공격을 하다가 잘려서 역습당하는 상황을 만들 건지 반대로 상대 공격을 끊어서 역습을 할 건지 이런 전술적인 결정을 하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안 :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스웨덴전은 첫 경기지만 선수들은 첫 경기가 아닌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여기서 잘못되면 그 다음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표팀 핵심 플레이어는 단연 주장이자 미드필더인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 공격수인 손흥민(26ㆍ토트넘)이다. 두 선수에게 조언한다면.

안 : 두 선수에게는 월드컵을 즐기라고 말 못 하겠다. 둘은 부담을 가져야 하고 2~3명 몫을 해야 한다. 만에 하나 월드컵에 실패했다고 해서 기성용과 손흥민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거라지만, 툭 터놓고 말해 둘이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것도 맞다. 요한 크루이프가 ‘축구를 하는 건 간단하지만 간단한 축구를 하는 것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축구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골을 넣어야 이긴다. 득점하는 데는 1~2초면 충분하다. 그러나 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월드컵에서 기성용이 ‘과정’을 만들고 손흥민이 ‘해결’을 해야 한다.

이 : 기성용과 손흥민이 핵심인 건 맞지만 두 선수는 늘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선수 아닌가. 둘 외에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약한 수비를 걱정한다.

이 : 포백 라인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하고 또 경기장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심어 줘야 한다. ‘다 같이 수비를 도와줄 테니 걱정 마’라는 말 한 마디가 수비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이렇게 말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강 팀은 월드컵에서 선제골을 넣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선제 실점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안 : 지금 외국인 수비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현대 축구는 손바닥을 뒤집듯, 수비수가 공격하고, 공격수가 수비한다. 2002년처럼 11명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수비해야 한다. 한 명이 나를 도와주면, 나도 미안해서 그 선수를 돕게 된다. 그게 신뢰다. 소집하고 나서 스웨덴과 첫 경기 전까지 약 한 달간의 훈련 기간이 중요하다. 시간이 팀을 강하게 만들 거라 믿는다.





-과거 선수 시절 월드컵의 영광을 함께 맛봤던 김남일(41), 차두리(38)가 코치로 러시아에 간다. 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 두 녀석(김남일과 차두리 모두 안정환 위원 후배)이 잘 해야 한다. 잘 못 하면 내가 ‘빠따’(배트)를 칠 거다.(웃음)(김남일 코치가 2017년 1월 위기에 빠진 대표팀 코치로 부임할 때 후배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하며 인터뷰에서 했던 농담을 빗댄 말) 김 코치와 차 코치 모두 월드컵 경험이 풍부하지 않나. 자신들이 선수 때 코치들이 어떻게 해주면 좋았는지 또 어떤 행동을 하면 싫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과거를 되돌리며 선수들이 편하게끔 느끼게 해 주는 게 두 코치의 역할이다.

이 : 2010 남아공월드컵 때 (이)운재 형, (안)정환이 형, 남일이(이 위원과 동기)는 스타팅 라인업이 아니었지만 이들 3명이 훈련장과 숙소에서 보여준 태도가 너무 훌륭했고 모범적이었다. 다른 후배들이 감히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는 경기에 못 뛰는 선수들이 팀 안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김남일, 차두리 코치가 이런 걸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거고 신경을 쓸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이다. 두 위원은 4년 전에 이번에도 해설을 맡았다. 또 국가대표로 함께 동고동락했던 박지성(SBS 해설)이 새롭게 가세해 선의의 시청률 경쟁도 하게 됐는데.

이 : 셋 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 재평가를 받는 거라 본다. 다행인 건 시청률 싸움은 어디까지나 방송국끼리 경쟁이라는 거다. 누가 이기고 진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거나 퇴보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니 마음 편하게 경쟁하겠다.(웃음) 박지성은 평소 이야기도 논리적으로 잘 하니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해설을 잘 할 거라고 본다.

안 : 월드컵 열기가 식은 것 같아 걱정이다. 최대한 흥을 높이되 분석도 냉철하게 섞어서 하겠다. 신태용 감독과 친분이 있지만 쓴소리는 하겠다. 전문용어를 쓰면 축구를 깊게 아시는 분은 이해할지 모르지만 잘 모르는 분도 있으니 쉽게 설명하려 한다.

이 위원은 마지막으로 소집 명단을 23명으로 할지 ‘23명+α’로 할지 논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허정무(63) 감독은 예비엔트리 30명을 모두 불러 최종 소집훈련을 시작한 뒤 국내 평가전 후 4명, 남아공 입성 직전 마지막 캠프였던 오스트리아에서 3명을 낙마시켜 최종 23명을 확정했다. 개막 직전까지 ‘무한 경쟁’이었다. 반면 2014 브라질월드컵 때 홍명보 감독은 최종소집 때부터 최종엔트리 23명을 딱 정해 놨다. 23명으로 시작하면 선수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본선에 집중할 수 있고 멤버들끼리 결속력도 높아진다. 반면 ‘23명+α’ 방식은 끝까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갖춘 선수들을 발탁할 수 있다. 14일 대표 명단 발표를 앞둔 신태용 감독은 ‘허정무 방식’과 ‘홍명보 방식’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 위원은 조심스럽지만 힘줘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월드컵 엔트리가 23명이지만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는 선발 11명과 교체멤버 3~4명까지 15~16명인 게 냉정한 현실이다. 게임에 투입될 가능성이 낮은 나머지 8명이 자칫 겉돌 수 있다. 그러나 ‘23명+α’로 하면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 나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입장에서 마지막에 후배 3명을 돌려보낼 때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마음은 안타까웠어도 남은 선수들이 탈락한 선수 몫까지 하자며 이를 악물고 하게 됐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3명이 빠져나간 게 팀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3명+α’의 방식이 훨씬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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