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수문장 빅터 엔예아마 골키퍼가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뛰어난 선방쇼를 펼치고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번 월드컵은 유난히 골키퍼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이는 첫째 이번 대회 들어 유난히 강팀과 약팀의 격차가 줄어들다 보니 골키퍼 활약에 웃고 우는 팀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고, 둘째 그 어느 때보다도 골과 슈팅이 많이 나오다보니 역으로 골키퍼들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기회가 늘어났다.

이미 32강 조별 리그에서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와 팀 하워드(미국)와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북중미 골키퍼 삼총사를 시작으로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와 알렉산더 도밍게스에 이르기까지 총 5명의 선수들이 ‘경기 최우수 선수(맨 오브 더 매치, 줄여서 MOM)‘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16강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골키퍼의 활약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미 16강 4경기 중 3경기에서 골키퍼들이 ‘MOM‘에 선정댔다. 브라질과 칠레 경기에선 양팀 수문장 줄리우 세자르와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놀라운 선방쇼를 펼쳤고, 네덜란드와 멕시코전에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오초아가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오초아를 슈퍼맨이나 매트릭스에 빗댄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

1일 새벽에 열린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전에선 빅터 엔예아마 골키퍼가 자연스럽게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단 2실점 만을 허용했다. 이는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그리고 벨기에에 이어 가장 적은 실점에 해당했다. 그 중심엔 바로 엔예아마가 있었다. 엔예아마는 연신 선방쇼를 펼치면서 자신이 왜 2013/14 시즌 유럽 5대 리그 골키퍼들 중 가장 많은 무실점 경기(21경기)를 기록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안 그래도 엔예아마 골키퍼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한국과의 경기에서 연신 선방쇼를 펼쳐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흑폰(검은 부폰)‘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엔예아마는 프랑스전에서도 연신 선방쇼를 펼쳐보였다. 22분경 폴 포그바의 오른발 발리 슈팅을 막아낸 엔예아마는 70분경 카림 벤제마의 골문 앞 왼발 슈팅을 빠른 판단력으로 각도를 좁히고 나와 선방해냈다. 79분경에도 벤제마의 골과 다름 없는 헤딩 슈팅을 동물적인 선방으로 막아내는 신기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엔예아마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어진 코너킥 장면에서 엔예아마는 펀칭하러 나오다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포그바가 가볍게 빈 골문에 헤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골키퍼 포지션의 비정함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84분경 앙트완 그리즈만의 슈팅을 막아내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경기 막판 조셉 요보마저 자책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0-2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이렇듯 골키퍼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포지션이라고 힐 수 있다. 10번을 선방하더라도 한 번만 실수해도 패배로 직결된다. 공격수가 10번을 실수하더라도 한 번만 골을 넣으면 영웅이 되는 것과는 사뭇 비교된다고 할 수 있겠다.

# 2014 월드컵 MOM에 선정된 골키퍼 리스트

기예르모 오초아(브라질 vs 멕시코)

팀 하워드(미국 vs 포르투갈)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vs 잉글랜드)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vs 우루과이)

알렉산더 도밍게스(에콰도르 vs 프랑스)

줄리우 세자르(브라질 vs 칠레)

기예르모 오초아(네덜란드 vs 멕시코)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vs 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