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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현역 갈림길 차두리의 선택

2014-10-30   스포츠조선




따뜻한 만큼 정이 넘치는 남자다.

눈물도 많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1대2 패)에선 대한민국, 지난해 광저우 헝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에서는 FC서울을 울렸다. 그의 사전에는 ‘잔꾀‘가 없다. 곡선도 없다. 눈길을 돌리지 않고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판다. 두 뺨에 흐른 그의 눈물은 그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회한이었다.

‘서른 넷‘ 차두리(서울)의 이야기다. 그가 기로에 섰다.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반짝‘하면 K-리그를 떠나는 시대다. 은퇴도 외국에서 하는 것이 대세다. 그는 달랐다. 지난해 3월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스타플레이어의 귀환에 K-리그도 반색했지만 다시 한번 결단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미 2년전 그의 축구 시계는 한 차례 멈췄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차두리는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곧바로 빌레펠트로 임대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 코블렌츠, 프라이부르크를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기성용과 함께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었다. 2012~2013시즌 뒤셀도르프로 둥지를 옮겼지만 시즌 초반 개인 사정으로 마음을 잡지 못했다. 뒤셀도르프와의 계약기간은 2014년 6월까지지만 지난해 2월 상호 합의에 의해 계약을 해지했다.

독일에서 조용하게 제2의 인생을 설계했지만 그라운드는 그를 잊지 못했다. 차두리는 K-리그의 러브콜에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즌의 종착역이 목전이다. 서울과의 계약기간은 올 연말로 끝이 난다. 당초 시나리오는 은퇴였다. 하지만 세상이 준비돼 있지 않다. 주위의 만류에 그도 흔들리고 있다.

나이만 놓고 보면 분명 차두리는 ‘노장‘이다. 그러나 세월이 무색하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여전히 ‘톱‘이다. 기량은 여전히 전성기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차두리의 플레이를 보고 떠나는 팬들의 입에서 나오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칭찬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태극마크도 다시 달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인 9월과 10월 A매치에 잇따라 호출됐다. 훈련장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는 최고의 선배였다. ‘해피 바이러스‘였다. ‘역시 차두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겉과 속은 달랐다. 내면은 충돌의 연속이었다. "내가 여기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고민의 흔적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방장‘과 ‘방졸‘로 동고동락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차두리와 몇 년 더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태극마크 또한 그를 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도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남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이라는 단어는 놓지 않는다. 그는 22일 FA컵 결승에 오른 후 ‘한국에 들어와서 두 번째 결승진출이다!! 후배들아 너무 고맙다!! 늙은 선배 끌고 결승까지 가느라.. 꼭 우승하자!!‘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FA컵 결승전은 11월 23일 열린다. 올시즌 K-리그는 11월 30일 종료된다. 11월 A매치도 열린다. 현역과 은퇴, 판단은 차두리의 몫이다. 다만 후회없는 선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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